(내 블로근데, 느닷없이 들어왔다는 표현은 좀...)
판타지소설 작가들은 거의 무시하고 있지만, 사실상 '언어'라는 것은 전세계가 다 똑같을 수 없는 것입니다. 굳이 성경책을 비유로 들지 않아도, 지리적으로 고립된 상태로 수 백년 이상 지나게 되면 서로 말이 완전히 달라지게 되죠. 겨우 50년 지났지만, 남북한의 언어 차이는 이미 보이고 있잖아요?
저는 세계관을 설계할 때 최대한 '말이 되는' 세계관을 짜고 싶었기 때문에, 이 언어 문제로 무척 고심했습니다. 결론은 '외국어 배우듯이 배운다' 정도로 나긴 했지만, 이 언어통합을 위한 연구 과정에서 파생된 언어가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컴패니온 어' 다른 말로 '엘프어'입니다.
제 세계관에서 엘프는 살아있는 것이라면 그 누구와도, 그 어느 것과도 대화가 가능합니다. 텔레파시 능력을 가진 종족이기 때문에 상대방의 생각을 직접 읽을 수도 있고 자신의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주입할 수도 있지요. 날 때부터 정신방어막이 쳐 있는 드워프들과는 대화가 안되긴 하지만, 그 외의 모든 종족과는 대화가 가능합니다.(드워프들과 대화할 때는 드워프어로 대화합니다)
컴패니온 어는 고차원에서 설명하자면 텔레파시로 구성된 와이어리스 인터넷 비슷한 개념이지만, 그건 잠시 후에 말씀드리겠고, 지금은 컴패니온어 자체에 대한 특성을 말씀드릴게요. 뭐, 일종의 프로토콜 설명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컴패니온어의 첫 번째 특징은, 문법이 없다는 겁니다. 텔레파시로 생각의 단위를 그대로 보내기 때문에, 컴패니온어에는 읽는 순서만이 정해져 있을 뿐 다른 문법이 일체 없습니다. 실제 컴패니온어의 문법 요소는 로케이터와 시퀀서 두 개 뿐이랍니다. 사실 이조차도 개인간 대화에서는 쓰이지 않습니다.
컴패니온어의 두 번째 특징은, 중의 표현이 없다는 겁니다. 동음이의어라든지 표의어, 의성어 등등 오해의 소지가 있는 표현은 일체 없습니다. 그 누가 읽더라도 동일하게 해석되고, 그 누가 말하더라도 뜻을 온전히 전달할 수 있습니다. 사실 이것 때문에 엘프들이 발전을 멈춘 겁니다. 컴패니온어는 상상력을 너무나 제한하기 때문에 인간들처럼 상상에 대한 훈련이 안 되어 상대적으로 '둔한 머리'를 갖게 됐죠. 아는 건 많은데 응용을 못한다고나 할까요?
컴패니온어의 세 번째 특징은, 따로 배울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사실 이건 일부만 사실입니다. 컴패니온어를 대화에만 사용한다면, 따로 배울 필요가 없다는 게 사실이지만, 컴패니온어로 쓰여진 글을 해석한다면, 문자 자체는 배워야 합니다. 엘프의 경우 문자 해석 능력이 아예 유전자에 하드 코딩돼 있어서 날 때부터 글을 읽을 수 있지만(쓰진 못합니다), 타 종족은 그렇지 못하죠. 하지만 텔레파시가 가능한 인간이나 유니토피아인은 문자만 배우면 글도 문제없이 읽을 수 있습니다.
(이론적으로만 그렇습니다. 실제로는 뇌 구조의 차이로 발생하는 의미 훼손이 심합니다)
컴패니온어의 특징상 글을 다른 의미로 해석한다거나 하는 일은 없습니다. 글이 중간에 잘렸다면 또 모르지만요. 즉, 한 번 완전히 읽을 수 있게 되면 그 뒤로는 모든 컴패니온어를 읽을 수 있습니다. 단어를 모른다거나 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컴패니온어는 그 글을 쓴 사람의 지식과 느낌을 그대로 담고 있지요.
그리고 놀랍게도, 컴패니온어의 글씨 습득 비법은 '한 번 듣는' 겁니다. 이미 컴패니온어를 읽을 수 있는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특정 문자들을 보여 주면서 한 자 한 자 읽어 주기만 하면 됩니다. '특정 문자'임에 유의하세요. '모든 문자'가 아닙니다.
(물론, 그 '특정 문자'에 대해서는 완전하게 들어야 합니다. 보통, 엘프 이외의 종족은 이 '특정 문자'의 절반도 듣지 못합니다)
컴패니온어는 자기기술형 언어입니다. 그냥 수로만 따지면 컴패니온어의 단어 수는 수백, 수천억 개가 넘으며 증가 속도도 굉장합니다. 하지만 문자의 수는 오히려 드워프어보다도 적습니다. 문자로 쓰인 컴패니온어는 거의 대부분이 로케이터 심볼이고 일부가 시퀀서 심볼입니다. 컴패니온어를 읽는 사람은 로케이터를 읽는 것이고, 그 로케이터 심볼을 떠올리면 두뇌의 특정 영역이 활성화되면서 마치 꿈을 꾸듯 해당 지식이 머릿속에 떠오릅니다. 단, 로케이터만으로는 스틸컷만 전달이 되므로, 시퀀서 심볼을 통해 그 생각의 단편들을 이어 나가게 됩니다. 이것이 컴패니온어의 읽는 방식입니다.
이 언어는 그래서 단점도 함께 내포하고 있습니다. '도 아니면 모'가 그것인데, 글씨가 중간에 훼손되면 다음 시퀀서 심볼까지 모든 글을 읽을 수 없게 됩니다. 특히 시퀀서 심볼이 훼손되면 두 개를 읽을 수 없게 됩니다. 또, 정신병이 있거나 뇌가 손상된 사람도 읽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에르스시대에는 또 다른 문제가 있습니다. 이 컴패니온어는 습득하려면 한 번 읽어주어야 하고, 읽어 주려면 텔레파시를 사용해야 하고, 텔레파시는 가이아 포스가 있어야 사용할 수 있는데 에르스시대에는 가이아 포스가 거의 없거든요. 그래서 에르스시대에는 그 누구도 글로 쓰인 컴패니온어를 읽고 해석할 수가 없습니다. 이론적으로는요.
(실제로는 역공학적 접근을 사용해서 일부를 해독합니다. 생각을 하고, 그 생각을 컴패니온어로 적고, 시퀀서 심볼을 기준으로 조각낸 다음에, 패턴 매칭을 해 보는 겁니다)
드워프의 경우는 컴패니온어를 결코 습득할 수 없는데, 이는 컴패니온어가 텔레파시를 기반으로 하는 언어이기 때문입니다. 드워프는 날 때부터 정신방어벽이 있어서 자신도 텔레파시를 사용할 수 없거든요. 거창하게 정신방어벽이라고 했지만, 사실은 드워프의 두뇌 구조가 엘프와 좀 다릅니다. 로케이터는 뇌의 특정 부위의 활성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인데, 드워프의 뇌 구조가 엘프와 다르니 떠오르는 생각도 엉뚱하게 되는 것이죠. 거의 모든 경우, 드워프가 컴패니온어를 읽으려고 하면 두통만 생기고 아무 것도 떠오르지 않습니다. 사실 이 때문에 엘프와 드워프가 사이가 안 좋은 것일 수도 있습니다. 엘프 입장에서는 대화를 시도하는 거지만 드워프 입장에서는 정신 공격인 셈이니까요. 나중에 엘프가 드워프어를 배워서 대화가 가능해지긴 했지만, 뭐 첫인상이 벌써 그렇게 박혔으니...
인간이나 유니토피아인은 뇌 구조가 엘프와 거의 완전히 똑같습니다. 설정을 읽어 나가다 보면 왜 똑같을 수 밖에 없는지 이해가 되실 겁니다. 아, 유니토피아인의 경우에는 뇌 구조가 엘프에 맞게 패치됐다는 말씀은 드려야겠네요. 그건 설정에 안 써있으니까요.
자, 어쨌든 이렇게 주저리주저리 컴패니온 어에 대한 설명을 드렸습니다.
저는 그럼 이만...
Posted by 운명과시간의신



